쏭크라 에피소드


오전 내내 시내를 둘러보고
오후에 인접한 '꺼 여'를 가려했다.
호수 안쪽에 있는 제법 큰 섬이다.

섬까지 가는 썽태우를 타려고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길 가던 오토바이 기사가 되돌아 온다.
어딜 가냔다.
'꺼 여'가는 썽태우 타는 곳까지 가려한다.

그랬더만 인심 좋게 생긴 아저씨가 200밧을 부른다.
왕복하는데 200밧이란다.
싸다 싶어 그와 동행하기로 했다.



쏭크라 시내를 먼저 돌아다닌다.
뭔가 볼거리가 나오면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란다

기름을 넣고 본격적으로 섬을 향해 달렸다.
다리를 하나 지나고 섬에 도착했다.
섬에도 사원이 있었는데, 사원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돌린다.
여기가 아니고 다른데를 가야한단다.

가기 전에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여기를 가야한다고 했다.
날은 다시 흘려있었다. 그래서 사진 찍을 마음이 별로 없었다.

앞니가 다 빠진 오토바이 기사 아저씨는
섬의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도로에 세워진 모든 볼거리 이정표를 그냥 지나치기 시작한다.
나는 그가 어딘가 정확한 목적지가 있어
그리 서두르는지 알았다.
그런데 두 번째 다리가 보이기 시작하며 불길해지기 시작했다.
두번째 다리는 섬의 반대편으로 빠져 나간다는 의미다.

어디 가냐니까,
'타 패'란다.
도대체 배 타는 데 가서 뭐하려는 거지.
섬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에서 그를 세웠다.

저기 박물관이지 않냐고,
저길 가야한다고.,

그랬더니, 아니란다.
타패에 가야만 한단다.

그렇게 전속력으로 두번째 다리를 건넜다.
'꺼 여' 섬의 반을 일주했는데 아뭣도 본게 없다.
건진 사진도 없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를 다그 친다.
섬을 그렇게 빨리 벗어나면 어떻햐냐고.
선한 웃음을 보이며 계속 '타 패'를 외치는 그가 밉지 않았다.

몇분간의 실강이가 오간 후
오토바이는 다시 되돌렸다.
섬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고
어렵사리 민속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방문 시간 완료 10분 전.
입장이 안된다고 했다.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되냐고,
전망대에서 섬으로 향하는 다리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되냐고
애걸을 했다.
퇴근 시간이던 박물관 관계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한마디씩 거든다.
그 중 한명만이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그보다 높은 직위의 누군가가 퇴근하며 '안된다'고 확정해 버렸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란다.

그렇게 섬을 또 벗어났다.
이번에는 오토바이 기사 뜻대로 '타패'를 향했다.
반도 끝자락의 호수와 육지를 오가는 보트가 오가고 있었다.

그는 그 페리를 내게 꼭 태워주려했던 것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는 바닷가를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이미 그곳들을 다 갔다와서 갈 필요가 없다.
내게 필요했던 건 '꺼 여' 사진이라고 항변아닌 항변 했지만
그 착한 아저씨는 뭐가 잘 못 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긴 뭐가 잘 못 될것도 없다.
그 아저씬 최선을 다해 짧은 시간 동안 쏭크라의 모든 걸 내게 보여줬다.
그것도 처음에 언질한 200밧의 요금만 받고서..

분명 그는 집에 돌아가 오늘은 억세게 운수좋은 날이라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힘 주어 말했을 것이다.

이제, '꺼 여' 원고와 사진을 어찌 할 건지는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았다.


쏭크라에 이틀을 더 머물고, 핫야이로 돌아가려던 날이다.
(쏭크라는 올드 타운이 아주 멋지게 보존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미니밴 타는 곳까지 멀지 않아 걸어 가던 무렵,
어디선가 또 오토바이가 다가온다.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나를 알아본 아저씨가 환하게 웃으며 타란다.
또 혼자 뭐라 중얼거리는데,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었다.
공짜로 태워줄 것 같던 아저씨는 얼마 되도 안 되는 거리를 20밧을 내란다.
그래도 그가 밉지 않았다.
쏭크라에 머무는 동안 한번쯤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왜냐면, '꺼 여'를 다녀오는 동안 너무 황당해서 그의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하게 웃는 그를 보면서, 참 마음 편하게 산다 싶었다.
저런 삶의 여유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쏭크라하면 이름도 모르는 오토바이 기사 아저씨가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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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