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란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6.09 사진 한 장을 보내다. by 트래블레인
  2. 2010.04.03 <태국 여행>오늘도 공짜로 할래? by 트래블레인

-사진 한 장 찍어도 되요?
-그럼, 찍은 사진을 보내 줄 수 있어요.
-그럼요, 주소 적어 주세요. 그러면 보내드릴께요.





찍고 싶은 사진은 찍으면서,
보내달라는 사진에는 게으르게 반응한다.

어디에 써 먹을것 같지도 않은 사진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노래를 연습하던 그가 눈에 들어왔었다.

사진을 보내달라며
정성스레 적어주던 그의 메일에 이제서야 반응했다.

찍고 싶은 인물 사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던가?

그들이 주소를 정성스레 적어 건넨
메모들이 아직도 내 지갑 속에, 취재수첩 속에 남겨져있다.

써 먹지도 않을 사진,
무슨 욕심에 그리 사진을 찍었을까?

댓가를 바라지 않고 건네는 호의를 잘도 받아먹으면서,
그들에게 베풀어야할 내 작은 도리는 오랫동안 미루고만 있다.


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없이 무단 전제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Posted by 트래블레인
 

일몰이 아름다운 섬, 꼬 란따.

태국 안다만해의 끄라비 주에 있는 섬이다.

25킬로에 이르는 기다란 해안선을 갖고 있는 제법 큰 섬에는

길고 아름다운 모래해변들이 산재해 있다.

 




예정보다 계속 지체되고 있던 취재 여행.

새로운 곳들을 많이 소개하려다보니,

개인적으로 처음가보는 곳들도 더러 생겼다.

새로운 곳은 언제나 신선함을 선사해주었고,

익숙한 동네처럼 훌쩍 필요한 일들만 해결하고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꼬란따에 도착해서는 서둘러 일을 해결해야지 하는 마음이 앞서있었다.

익숙한 섬이기도 했고 해변의 리조트들이 큰 변화가 없어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곳들도 많지 않게 느껴졌다.


차분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는 한적한 방갈로가 아니라

선착장이 위치한 쌀다란에 방을 얻었다.

필요한 업무만 확인하고 바로 섬을 뜰 생각이었기 때문이니까.

편의 시설이 몰려 있는 섬의 중심가 역학을 하는 타운이 아무래도 편리했다.

투어리스트가 아닌 현지인들이 사는 곳이기에

편하게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쌀라단을 택한 또 다른 이유다.


꼬 묵에서 출발한 보트는 예상보다 늦게 꼬 란따에 도착했다.

여객선이 아니라 스노클링 투어 보트를 타게 됐는데,

덕분에 갈 필요도 없는 섬들을 돌고 돌아 오후 늦게 가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이도 도착한 첫날에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루 만에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했으므로 아침부터 서둘러야했다.

프로그램을 정해 놓고, 동선을 미리 결정해 어디부터 다녀와야 할지

머릿속에 훤하게 그려놓고 오토바이를 빌려 길을 나섰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착해 보이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오토바이를 빌렸다.

그들이 착한지 어떻게 아냐고?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눠보면, 은근히 풍기는 향기 같은 게 있기 마련이다.


 






오보바이를 빌려 길을 나선다.

길은 모두 포장되고 있었고, 산길을 그리 많지 않았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기에, 날을 덥지 않았다.

오히려 오토바이를 가르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 젖고 지나갔다.

따스하다 못해 강렬한 태양은 눈을 자극하면서, 순간순간 몽롱한 기분을 연출했다.

섬을 관통하는 도로를 가로 질서 섬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들어서는 동안

동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주변의 섬들이 점박이처럼 아름답게 펼쳐졌다.


험하지 않은 산길을 돌아 내려와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린다.

이번에는 섬의 동쪽 해안선이다.

바람은 더욱 아득하게 느껴졌고, 온 몸으로 받아내던 태양은

눈을 감으면 아득한 세상 속으로 나를 몰고 갈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순간,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나 있었다.

그제 서야 태양이 너무도 강하게 내 몸에 내리쬐고 있음을 느꼈다.

오토바이를 타는 동안 내 몸을 붕 뜨게 만들었던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커브도 아닌 경사 길에서 미끄러지며 도로에 몸을 긁었다.

일어나보니 도로 위에는 모래가 가득했다.

해변도로를 달릴 때 가장 주의해야하는 것이 모래임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함으로 인해 생긴 사고였다.


반대쪽에서 지나가던 오토바이 기사를 세운다.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니, 그가 내게 다가온다.

전화를 해달라는 수신호에, 그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모든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깨진 무르팍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고,

팔꿈치도 상당부분 까진 게 눈으로 선명하게 식별이 됐다.

부상이 얼마나 심한가보다는 ‘손가락’이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어이없어 한다.

다행히 부러진 데도 없고, 얼굴에 상처도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손가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목에 걸려있던 카메라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신기한 일이다. 딱 일에 필요한 것들만 정상적으로 남아있다니.)

도로에 앉아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었다.

셀카를 찍기에는 카메라가 조금 크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면 거기서 몰골을 기념으로 남기겠다고

셀카를 찍는 게 더 한심한 짓이라는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나를 보호해주던 그에게

‘아저씨,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라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지않아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걸어서 앰뷸런스에 올라탔다.

간호사 한 명은 내가 망가트린 오토바이를 몰고서 앰뷸런스를 따라 병원까지 왔다.


파상풍 주사 맞고, 소독하고, 붕대를 붙이고, 약을 타는

일련의 행위를 마치니 의사가 나타나 한마디 거든다.

‘오토바이 넘어졌을 때, 정신을 잃었느냐?’

‘아니요’라고 간단히 대답하니, 진료가 끝났다.

 




병원비는 의외로 저렴했다.

방콕이었다면 앰뷸런스를 부른 요금만 해도 엄청날 텐데,

지방의 섬이라 그런가 앰뷸런스는 공짜였다.

다해서 1,000밧(약 3만 5천원) 정도가 나왔는데,

내게 한마디 물어보고 진단서를 쓴 의사 접견비가 전체 요금의 절반이었다.


이제, 숙소가 있는 쌀라단까지 돌아갈 차례다.

앰뷸런스가 나를 싫고 가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건 나의 온전히 나의 몫이다.

택시를 부르던 오토바이를 타고 되돌아가던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의 직업병은 다친 몸을 이끌고

그날 오전에 가려고 마음먹었던 ‘올드 타운’으로 향하게 했다.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으니 꼬 란따로 언젠가는 다시 와야할테고

올드 타운도 사진이 필요하니 이번에 해결해 놓자 라는 못된 심보가 작용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올드 타운까지 멀지 않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목조 건물이 가득한 올드 타운에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사진을 찍으려면 오른팔을 들어 올려야했는데,

상처 때문인지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오토바이를 모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거기서 또 넘어지면 정말 대책 없는 상황이 되니,

쌀라단까지 돌아오는 길은 정신을 차려야했다.

섬의 동쪽 길은 해변이 별로 없어서인지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쌀라단에 돌아와 오토바이 빌린 곳으로 직행했다.

그들이 내게 인사를 보낸다.

아직까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그들에게,

멋쩍은 웃음으로 답례하며, 망가진 오토바이와 내 몸을 보여줘야 했다.


그들은 나를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목이 마르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다.

물이라고 해야 병원에서 진료 후 얻어 만신 물 한 컵이 전부였다.

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키고, 볶음밥을 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사이 오토바이 주인이 와서는 나를 보고 어이없어 했고,

오토바이 수리비 견적을 확인한다며 어딘가를 갔다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멍한 표정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 밖에 없었다.

밥이 맛있었을 리 만무하고, 커피 향이 향긋했을 리 만무하다.


새롭게 뽑았다는 보기에도 폼 나는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나가서

그대로 도로에 처박아 중고 오토바이로 만들었다.

오토바이 수리 견적은 8,000밧(약 25만원)이라고 했다.

태국어로 적힌 리스트를 보여주더니, 뭐라 뭐라 한다.

그리고는 5,000밧만 내란다.

화를 내도 시원찮은 판에, 수리비를 깎아주다니.

고맙긴 하지만,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면서

거금 6,000밧을 오토바이 주인에게 건넸다.


이제 레스토랑 주인장에게 오토바이 사고 상황에 대해서 설명할 차례다.

‘촉 마이 디(운이 별로 좋지 않았네)’라며 나를 위로한다.


농을 주고받을 만큼의 여유도 없었고, 방에 들어가 쉬고 싶었다.

‘첵 빈(계산서 주세요)’

‘프리(공짜야)’

밥값을 안 받겠다니, 착한 사람들.

뭐 필요한 거 사러가야 하면, 레스토랑으로 오란다.

걷기 불편할 테니, 오토바이를 태워 준다는 것이다.

미니마트에 가든, 시장에 가든, 병원에 가든 상관없이

언제든지 레스토랑에 들리라고 했다.


숙소에서 레스토랑까지 얼마돼지 않는 길을 절뚝거리며 걸어가면,

레스토랑 사람들은 오토바이에 나를 태워 어딘가를 데리고 갔다 되돌아온다.

그들은 나의 전용 오토바이 기사가 돼 주었고, 모든 서비스는 공짜였다.

(애초에 돈을 받을 생각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고,

호의는 대가 없이 호의를 그대로 받아주면 되는 것 이었다.)

 




꼬 란따에 오래 머물기보단 도시로 나가서 치료 받으며

쉬겠다고 마음먹고 끄라비로 호텔을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일찍 쌀라단 진료소에 들려 드레싱을 하고, 붕대를 새롭게 갈았다.

까진 살가죽에 붕대가 달라붙어 드레싱할 때 마다 고통이 심했다.

병원에 다녀와 자연스레 레스토랑에 들렸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얼마에요?’라는 나의 요청에 대한 레스토랑 주인집 딸내미의 반응이 정말 의외였다.

‘이번에도 공짜 할래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공짜로 식사해도 된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들.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덕을 베푸는 게 태국인들의 습성이긴 하지만,

계속 공짜로 밥을 먹어도 된다는 말에 감동받았음은 틀림이 없었다.


괜스레 ‘왜 자꾸 공짜로 밥 먹을라고 그래?’라고 말하니,

‘태국인들은 마음씨가 좋잖아요!’라며 웃는다.

주인장네 딸내미가 말한 ‘콘 타이 짜이 디’ 그 한마디의 뉘앙스는

태국어로만 표현해 낼 수 있는 태국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남아내고 있었다.


억지로 돈을 내겠다고 사정을 하고서야 밥값을 낼 수 있었다.

그래봐야 100밧이었지만, 밥값을 내는 동안 100밧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컸다.

 




한 달이 지나 꼬 란따를 다시 찾았다.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 저야 했기 때문이다.

전과 동일한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그 레스토랑을 찾았다.

(흉터가 남아있긴 하지만) 다 아문 상처를 보여주며,

이제 괜찮다고 그들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커피 향을 즐긴다.

수상가옥으로 이루어진 레스토랑은 바닷바람이 참으로 시원했다.

눈을 감으니 몽롱한 기분이 다시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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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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