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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31 [노커팅] 인도는 도대체 왜 그리 자주 가는거요? by 트래블레인


노커팅, 조현숙
www.indiagogo.com

여행작가
-타이베이 프렌즈(중앙북스)
-슈퍼라이터(공저. 시공사)
-금요일에 떠나는 상하이(랜덤하우스)
-트래블게릴라의 구석구석 아시아(공저. 터치아트)



기본적으로 삶 자체가 여행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여행이란 정의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전 무라카미하루키의 정의에 동의합니다.

여행이란,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티켓을 끊고 어딘가로 가는 것..

전 여기에 한 가지 전제를 더합니다.

저는 돌아오기 위해서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떠나기 위해서 돌아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조금 더 자유로와지고,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나는 나의 직감을 믿습니다.

그리고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합니다.

비록 그것이 불완전하다 할지라도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후회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 그것은 나의 꿈입니다.





10여 개월의 여행이 내게 남겨준 것은
통장잔고 24,000원과 각종 고지서 독촉장,
그리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두 번이나 오른 탓에
퍼렇게 멍들어 빠질 것 같은 오른발 엄지 발톱..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벌면 되고, 발톱은 자라면 되니 no problem입니다.






처음으로 과일을 먹으면서 배신감을 느꼈다.
까칠한게 영낙없는 밤송이 같이 생긴 람부탄,
손톱에 뻘건물 들면서 어렵게 까낸 망고스틴,
그러나, 속을 열어보니 새콤달콤 시원한 하얀 과육...
기분좋게 속았다. 침 질질 흘리면서 먹었다.
겉만 봐선 모를 일.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지 않는다면 no problem입니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 방콕에서 다시 만든 인도비자.
여름 오기전에 다시 인도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는 사이
여름은 소리없이 지나고 있고
비자는 2003년 5월 7일자로 만료되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인도는 늘 내 마음속에 있으니 no problem입니다.





신발을 내려다보다
문득, 어릴 적 읽은 동화가 생각났다.
평생 춤을 추는 마법에 걸린 빨간구두 이야기.
혹시, 내 신발도 평생 걷게되는 마법에 걸린게 아닐까?
그 빨간구두 소녀는 지금도 쉬지않고 춤을 추고 있을까?
수리수리마수리 세상의 모든 마법이여 풀려라 얍!
주문은 내 안에 있으니 no problem 입니다.





방콕 카오산로드. 여행자들의 소지품을 팔고 산다는
좌판의 저 문구를 볼 때마다.......나는 묻고 싶었다.
에브리띵이라고?? ...그렇다면,
내 안에 있는 이 터무니없는 욕심과 미련과 집착들..
이런 것들도 좀 받아줄 수 있느냐고.
안 받아준대도 no problem 입니다
그렇다면 I SELL EVERYTHING 입니다.




여행자 인터뷰


1. 광범위한 질문이며 멍청한 질문이지만 "여행은 왜 하는가?"가 우선 질문사항입니다.

호기심이죠.

위대한 건축물보다는 그것을 만들었을 사람에 대한 관심과 관찰,

저의 결론은 늘 사람인데, 그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나...

그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순간, 전 가방을 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여행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여행을 하게 만들었으며 한 번의 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와 현실과 마주하지 않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가 11살 때, 제 동생은 8살. 그때 제 바로위의 오빠는 14살이었는데요. 10월 9일 한글날로 기억하는데(아무튼 이런 빨간 공휴일이었습니다). 오빠가 동생들과 현충사를 다녀오겠다는 깜찍한 계획을 세웠고 엄마가 허락하셔서 용돈을 주셨습니다.

그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처음 집 밖으로 나오겠다는 오빠의 시도. 우리 삼남매가 보호자 없이 집에서 가장 멀리 나가는 경우였죠. 그때 우리는 처음 장거리 시외버스라는 것을 타본 것 같습니다. 저와 동생은 왜 여행을 가는지도 몰랐고 현충사까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충남 예산으로 기억하는데 그 곳을 지날 때쯤 버스를 생전 타보지 못했던 나와 동생은 촌스럽게도 차멀미를 했습니다. 그때 오빠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버스기사에게 가더니 검은 봉지를 가져와 등을 두드려주고 그걸 다 담아서 갖고 있더라구요. 본인도 첫 여행이었을 텐데 아주 침착하게. 아무튼 우리는 오빠만 믿었지요.

그리고 현충사에 가서 구경을 하고,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오빠가 어쩌구저쩌구 설명을 했던 것 같아요. 꼬맹이인 우리가 뭐 알겠습니까. 조금 덜 꼬맹이인 오빠만 줄줄 따라다녔죠. 그리고는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고, 온양온천에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가 가이드역할을 한 것인데 어떻게 14살 먹은 꼬마가 그런 일정들을 모두 생각하고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전 그때 온천이라는 곳도 처음 가봤는데 어찌나 낯설던지.. 여탕에 들어갔다가 울먹울먹 하면서 주인아저씨가 저를 말릴 사이도 없이 남탕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오빠를 찾았습니다. ‘오빠야..비누도 타올도 아무것도 없어...’ 오빠가 나와서 우리들을 달래며 이것저것들을 챙겨주었습니다. 그때 본의 아니게 처음 남탕을 들어가 봤습니다.--; 온천이 끝난 후 오빠는 ‘현충사관광기념’이라고 찍힌 볼펜을 우리에게 한 자루씩 사줬구요. 그리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심플한 코스였죠.

터미널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던 엄마가 어땠느냐고 묻는데 오빠는 우리가 멀미했다거나 울었다거나 등의 사소한 얘기들을 하지 않아서 동생과 나는 거뜬하게 해냈다는 식으로 엄마 앞에서 사실과 다르게 약간 우쭐대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의 긴 여행이 끝나고 곯아 떨어졌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하룻밤 사이 갑자기 부쩍 커버린 듯한 느낌.... 우습지만 아침 밥 숟가락 드는데 제가 아주 큰 사람이 되어있는 것 같다는 그 느낌이란..

11살, 하루의 여행, 그 날의 기억과 그 느낌은 지금도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이것이 제가 한 첫 여행이었고, 그때만큼의 기억은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그때의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래서 계속 떠나게 되는지도...



3. 가장 오랫동안 여행한 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그 긴 여행 동안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는 얼마나 되던가?

인도에서 보냈던 약 10개월.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때의 외로움의 깊이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인데..

흔들리는 야간기차 맨 꼭대기 칸에 엎드려 소리죽여 참 많이 훌쩍거리기도 했는데...



4. 가장 오랫동안 여행한 나라와 그 곳에 특별한 애착을 갖는 이유는?

인도예요.

어느 곳보다 마음이 편합니다.

편해서 그냥 좋아요.



5. 여행에 있어서 당신이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이죠.

현지인이든 여행자이든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어디로 떠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6. 여행이 일상이 되어 버렸을 때 여행지에 도착한 당신은 새로운 곳이라 할지라도 익숙함을 느끼기 마련인데 그 때 느끼는 생각과 그에 대한 대처법이 있다면?

전 익숙한 느낌이 좋은데요.

숙소의 강아지랑 논다거나, 종업원과 잡담하기, 방에서 맥주 홀짝홀짝 마시면서 케이블 TV를 본다거나, 샤워하고 앉아 책을 읽는다거나, 그러다 심심하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괜히 집적대고 다닌다거나.. 그냥 익숙해지면 익숙해진 채로 특별하게 대처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7.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만큼 당신이 성숙하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봄으로 인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이 잃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면? 여행이 주는 최대의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잃은 것이라.. 얻은 것도 많지만 사실 잃은 것도 많습니다.

이건 실화입니다만, 제가 인도에 처음 갔을 때 원래 계획보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군대 간 것도 아닌데 나름대로 그 친구는 저의 긴 부재가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별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티켓도 알아봤지요. 그리곤 왜 나는 하필 인도에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괴로워했습니다. 그때 저는 마침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 있었습니다. 타지마할 아시죠? 샤자한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든 영원불멸의 무덤이요. 저는 그 아름다운 대리석 무덤 앞에서 저주를 퍼붓고 싶었습니다. 죽은 자들의 사랑은 저리도 아름다운데 살아있는 내 사랑은 왜 이러느냐.. 타지마할을 노려보며 꼼짝도 않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 더운 날, 화장실 냄새가 방으로 기어들어오는 후진 게스트하우스에서 누워서 며칠을 울기만 했습니다. 그때 문득, 내가 여기서 이러다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그런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숙소주인이 올라왔더군요. 인기척이 없어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덕분에 남들은 최고의 명소로 꼽는 아그라를 저는 최악의 장소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 뒤로도 일 때문에 아그라를 4번이나 더 갔는데도 여전히 저는 타지마할이 쓸쓸하게 느껴지더군요.

제 그런 아픔들을 묵묵히 받아 준, 묵묵히 이겨낸 인도가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멀어지는 것들... 이런 것들이 가끔 안타까울 뿐입니다.



8. 처음으로 돌아가 여행을 처음으로 떠나려 한다면 어떤 것을 가장 잘 준비해 떠나고 싶은가? 지금도 여행하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언어.



9.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여행을 통해 생긴 못된 습관은?

자신이 본 것, 겪은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인도에서 슬리퍼 기차만 타면 인도 기차는 다 그런 줄 아는 것처럼. 저는 럭셔리하게 여행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돈이 허락하는 한에선 이것저것 골고루 경험해보자 주의입니다.

저도 처음 인도배낭여행 할 땐 거지처럼 해서 모든 게 싸구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최고급호텔에서도 묵어보고 라즈다니 같은 특급기차도 타보면서 저의 선입견들이 박살났습니다. 가끔 자신의 경험을 보편적인 것처럼 얘기하거나, 다른 견해에 대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남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생각은 안하고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호두알보다 더 단단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여행을 통해 생긴 못된 습관요?

여행을 통해서 생긴 건 아니고 여행 중에도 어김없이 드러나는 못된 습관이 있긴 한데 저는 물건을 아주 잘 잃어버리지요. 아주 잘.. --;



10. 여행을 한 만큼 당신도 남들보다 여행에 관한한 우월하다고 느끼는가? 혹여 평범하게 사는 삶이 재미없다거나 왜 저렇게 사나하는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왜냐면 제 주변엔 여행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전 그들의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을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여행은 돈과 시간,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요 뭘.



11. 때론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텐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택하라면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싶은가? 그 이유는?

중국 상해. 적당히 외롭고 적당히 낯설고...

한국과의 거리도 2시간 밖에 되지 않아 한국의 지방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모든 게 적당하고 큰 부담감이 없어 좋습니다.



12. 깊어 가는 여행이 당신을 무섭게 만든 적이 있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여행을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만큼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본적이 있나요?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 무서울 만큼은 아니었고요. 굳이 여행을 통해 뭘 어찌 해야겠다는 주의가 아니라서 얻고 잃는 것도 글쎄요.. 뭔가 채워지면 또 뭔가 비워지는 거 같긴 한데 글쎄, 그것이 구체적으로는 솔직히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직까지는.



13.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본 늙어서의 모습 중 가장 보기 좋았던 모습은 어떤 것이 있는가?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유적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참 부럽더군요.



14.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늙어 갈 것 같은가?

환갑이 되면 서울 아닌 곳에서 작은 서점을 하고 싶은데 거기서 책이나 읽으면서 늙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긴 하지만...



15. 가장 인상적인 여행자의 모습은 누구였나? 당신의 여행 중 당신의 여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꼽겠는가?

개인적으로 이지상 씨를 좋아합니다. 저는 그렇게 튀지 않으면서 솔직하고 담백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 여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저희 오빠입니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았는데 제 여행에 대해서도 역시 가장 큰 정신적인 후원자라고 생각합니다.



16. 한국인이기에 여행에서 느끼는 한계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아직까지는 특별하게 없는 것 같은데요..



17. 여행도 기술이 있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여행을 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무엇인가?

직감.

가끔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것들이 있죠. 이럴 때 전 직감대로 행동을 합니다. ‘이 사람은 사기꾼 같군, 어째 이곳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애.’ 이런 식으로. 사람마다 이 직감의 안테나가 다르죠.

직감이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직감대로 선택하면 저 같은 경우는 후회는 없습니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직감은 더 잘 훈련되는 것 같습니다.



18. 여행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있는가?

음.. 천상병 시인이 그러셨잖아요. 인생은 소풍이라고.

언젠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문득 이 시가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그 시를 전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나는 지금 한국여행 중이다.. 조금 오래 여행 중이다..’ 그리고는 밖을 내다보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그리 지겹지만은 않더군요. 그렇게 생각한 후로는 괜찮습니다.



19. 여행을 여행이 아닌 일로서 여행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싫어하는 것은 억지로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래야 후회를 안 하거든요. 그래서 일로서의 여행도 나름대로 즐겁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몸이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각들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볼 때 아.. 그렇구나 하고 또 배우게 됩니다. 한마디로 나쁘지 않아요~



20. 그리고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질문과 답변 마음대로 해주세요.

짧은 여행경력이지만 여행을 조금 더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랄까.. 여행하다가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잖아요. 그럴 때 자기 자신에게도 편지를 한번 보내보는 겁니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죠. 가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잖아요. 발신인도 저고, 수신인도 저예요. 제가 캘커타에서 저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한국에 와서 그 편지를 열어봤는데요. 제가 저에게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담았더군요^^ 일상에 돌아와 그런 편지를 읽을 때 삶의 에너지가 좀 보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 뒤로 저는 종종 저런 짓을 합니다^^;






인도에 관한 이야기

1. 인도는 도대체 왜 그리 자주 가는거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엄마가 저보고 미쳐서 그렇다고 하시네요. --;



2. 당신이 인도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인도에 무엇이 있을꺼라 생각했나요? 인도에 가면 이런 걸 얻어오겠다, 이런 걸 버리고 오겠다 싶었던 것이 있다면?

전 사실은 그런 건 하나도 없었는데요. 특별히 무엇이 있을거다 무얼 얻고 버리겠다 이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저 사막을 보러 가겠다는 생각밖에. 그게 처음 인도를 갔던 목적이었으니까요. 제가 사막을 좋아해서...



3.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여행이 힘겹던가요? 즐겁던가요? 그냥 그렇던가요?

훗. 저는 즐거웠습니다.

원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어..이렇게들 회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2002년 인도에 있던 내내, 제 스스로 느꼈습니다. ‘아. 행복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고 말한 적은 딱 두 번째.

그래서 인도에서 내가 비로소 행복하구나 생각했구요. 사실 이 때는 여행이 아니라 3개월 정도 집을 얻어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요. 여행이 아닌 생활은 또 다릅니다. 이때 인도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제 인생의 봄날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4. 인도 여행의 매력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인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행의 재미라면?

모든 게 예상 한대로 딱딱 떨어지면 재미없잖아요.

인도는 예측할 수도 없으며, 예측한 것은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것 같습니다. 딱히 뭐라고 해야 될는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랄까.

예를 들어 음.. 제가 인도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요. 일주일 만에 지갑이 돌아왔습니다. 이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지요. 인도에서. 거참! 아침마다 눈을 뜨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여지는 곳이죠.



4. 인도를 갔다와서, 당신은 어떤 변화가 생기던가요? 인도 여행 후 결정적으로 당신이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도를 다녀온 후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달라진 저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인도여행 6개월쯤 되었을까요. 바라나시에서 캘커타로 가는 밤기차를 탔는데 기차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만 제 샌달이 없어졌더군요. 기차는 종착역에 도착했고 저는 내려야 되는데 신발은 없고...

마침 캘커타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맨발로 걸어가야 되는데 이상하게 신경질이 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샌달, 찢어져서 누가 가져가도 얼마 못 신을텐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 비가 내려서 내가 신발 안 신은걸 아무도 모르는구나. 얼마나 다행이냐..’ 기차역을 맨발로 걸어 나가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랬죠. 그때 발목까지 물이 차서 나는 맨발로 소와 나란히 걷고 있었고 내 앞에 소똥이 둥둥 떠내려 오는 상황이었는데 피식피식 웃음이 났었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신기했습니다.



5. 인도를 여행한 여행자들이 극명하게 ‘다시 간다, 절대로 안간다’로 나뉘는데 인도를 다시 간 걸 보면 좋았던 모양인데, 뭐가 그리 좋던가요?

사실 저도 인도가 지겨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 있다가 무작정 아랍에미레이트로 갔습니다. 그리곤 일주일이 지났는데 모든 게 시들하고 별로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인도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곤 두 달 쯤 지나 또 다시 인도가 지긋지긋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도망치듯 허겁지겁 네팔로 나와서 방콕으로 나왔죠.

그때 코사멧에서 일주일동안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결심했죠.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딱 한 달만, 인도에서 딱 한 달만 살다오자! 그러면 미련이 안 남을 것 같다. 미쳤다고 해도 좋다. 나는 그냥 내 식대로 살겠다! 그때 생각한 곳은 다즐링으로 해서 인도의 씨킴을 가기로 했습니다.

방콕에서 인디안 에어라인을 탑승하는 순간, 나마스테~소리와 함께 스콜피온스의 할리데이 있죠. 그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그래.. 지금이 내 인생의 할리데이 인가보다.’ 창 옆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이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그때 스튜어디스가 다가와서 ‘마담, 무슨 일이냐, 어디 아프냐, 왜 우느냐’

저는 ‘아니다. 노프라블럼이다’ ^^;

그리곤 캘커타에 도착하자마자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 포근함이란. 온 몸을 감싸는 향냄새..

숙소에 도착해 가방 던지고 바로 영화관으로 뛰어갔습니다.

지겨워서 도망쳐 나왔다가 한 달도 못 되서 제 발로 다시 인도로 돌아갔죠. 후회는 없습니다.




6. 인도를 다시 가면 처음과는 다를텐데, 무엇이 가장 틀려져있었을까요?

일단 공항에 내리면, 늘 차비가 조금씩 올라있더군요^^

그리곤 특별하게는 모르겠는데. 제가 조금 무딘지도..--;



7. 두 번째 인도행을 계획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았는지? 어느 글에선가 비행기를 타는 순간 다시 후회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다시 짐을 싸는 이유는?

인도 행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비행기 타는 순간에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가 하고 매번 머리를 쥐어뜯게 되는데... 그게 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8. 앞으로도 인도를 꿈꾸는지?

저는 약간 장타를 날리는 성격입니다. 사람이든 뭐든 한번 뭔가를 좋아하면 그 쪽에서 먼저 등을 보이기 전까진, 사실 배신을 때려도 한동안은 배신인지도 잘 모르고 꾸준히 좋아하지요. 지구본에서 인도가 꺼지지 않는 한, 아마 꾸준히 내내 인도를 꿈꿀 것입니다.



9. 당신이 꿈꾸던 인도와 현실의 인도는 얼마나 차이가 있던지?

어디를 가기 전에 관련서적들을 약간 읽고 가는 편인데요. 인도는 제가 책에서 읽은 내용들과 크게 다른 게 없더군요. 저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다만 타르사막이 생각보다는 조금 황량했다는 것. 그래도 좋았습니다.



10. 나는 이래서 인도가 좋다고 인도에 대한 자랑을 늘어논다면...

저는 인도의 ‘다양성’이 좋습니다. 다양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중에 하나가 '사리(여자들이 입는 전통의상)'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도의 사리는 하나도 같은 게 없지요. 그 많은 색상들..

그리고 인도의 음식. 정말 뭐라고 할까요. 그 맛과 다양성, 정말 음식에도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담아있는 것을.. 버라이어티 하다고 해야 하나요. 어째 이 말로도 부족한 듯.



11. 인도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가?

여행이 길어질수록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럴 때 전화를 하고 엽서를 쓰기도 하지만 그리움이 전부 해소 될 리는 없죠. 그러나 가령, 나는 인도에 살고, 엄마는 한국에 살고, 언니는 미국에 떨어져 산다고 해도 우리는 가족이 아닌 것은 아니죠.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마음은 닿아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하지요.



12. 인도여행 무섭지 않으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할말이 있다면?

사실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밤늦게 다니면 위험하고,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받아먹으면 위험하고, 먼저 시비 걸면 위험하고...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엽기적인 일들이 마구마구 생기는 한국보다는 여행하기에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13. 그래도 인도가 싫은 게 있을텐데, 정말로 난 이런면에서는 인도가 싫다, 뭐가 있을라나?

빈대.

뭄바이에서 오른쪽 목부터 발목까지 마치 재봉틀 박은 것처럼 빈대에게 주르륵 물린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소름끼칠 정도였지요. 으윽..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하는 말이 흉터가 없어질 확률 50%, 안 없어질 확률 50%라고 합니다. 안 없어질 확률 50%가 뭐냐고 물으니 그건 신의 뜻이라고 합디다. 제법 큰 종합병원 의사의 진단이었습니다..--; (다행이 신의 뜻으로 흉터는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14. 현실에서 문뜩 문뜩 인도가 그리울텐데, 어떤 때 인도가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지?

인도친구들과 가끔 메일, 전화 등을 주고받는데 ‘너 언제 올거니? 인도를 잊은거야?’ 이렇게 쑤셔대면 참 가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도 전화가 왔어요. 비가 많이 와서 동네 나무가 무너졌다고..지금 몬순이 막 시작되었잖아요.

제가 인도의 몬순을 좋아해요. 비가 막 퍼부어대면 베란다에 서서 비 잘 온다~ 그렇게 구경하고 있다가 비가 그치면 잽싸게 밖으로 뛰어나가 킁킁 대고 흙냄새를 맡습니다. 그 흙냄새 너무 좋아요... 에이. 말하다 보니 또 그리워지네요.



15. 일로서, 투어 인솔자로서 인도를 갈 경우 동행한 사람들에게 인도의 어떤면을 보여주려 하는지요?

가끔 인도는 돈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거 같아요. 그런데 인도도 마찬가지예요. 있는 돈을 다 들여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손님들과 있을 때 최소한 빠른 시간 안에 기차가 한번 정도는 연착되기를, 또는 캔슬 되기를 사실은 속으로 바랍니다. 기차가 캔슬 되었다는데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그런데 진짜 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 기차가 캔슬됩니다. 흐흐..



16. 일과 여행 많이 다를텐데, 인도를 여행할때와 인도를 일로서 여행할 때 본인이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게 있다면?

제 마음이 조금 달라지지요. 예를 들면, 똑같은 사막사파리를 몇 번 해야 했습니다. 전 늘 낙타를 타고 똑같은 장소에 가서 자고 오는 거죠. 제가 사막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게 되게 피곤한 일이더군요. 사막은 밤에 춥잖아요. 아침 되면 침낭 밑으로 냉기가 올라오는데 야영이 아니라 거의 노숙 수준이었죠.

제발 다음 팀부터는 안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저는 매번 같은 길을 가지만 사람들은 매번 바뀌니까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싶어 하잖아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게을러지려다가도 바짝 긴장하게 되고 더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또 그렇게 해야만 되고.



17. 본인은 인도 어디가 애착이 가나요?

마드야쁘라데쉬 주에 있는 ‘만두’라는 곳. 아주 쓸쓸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좋고요. 그리고 아쎔 주의 ‘구와하티’.

개인적으로 동북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도에 가게 되면 마지막에 짧게라도 그 곳을 들렀다오지요. 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정말 매력적인 곳이예요. 지난번엔 메갈라야 주의 ‘실롱’을 갔었는데 오홋. 정말 놀랐습니다. 인도의 스위스는 다즐링이 아니라 바로 이 곳이더군요. 동북부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8. 아직도 인도에서 못해본 게 있다면? 다음에 인도를 가면 이걸 꼭 해보겠다 싶은 것?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만, 춤을 한번 배워보고 싶군요. 전통춤 말고요. 인도영화에 나오는 그 고개 까딱까딱, 어깨 으쓱으쓱 하는 그 춤을 배워보고 싶긴한데... 흐..


[덧붙임]
위의 생각들은 2004년 6월 16일 아침나절의 생각이며,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생각들입니다. 더불어 인도에 관한 얘기들은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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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