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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9 북부의 장미. 치앙마이 by 트래블레인 (2)

'북부의 장미' 치앙마이
온화한 기후와 태국 북부의 고유문화가 어울리는 란나 왕조의 수도


방콕에서 차로 10시간을 달리면 태국 북부의 대표도시 치앙마이 Chiang Mai가 나온다. 북부의 장미라는 별명처럼 확연히 들어나는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치앙마이는 ‘새로운 도시’라는 뜻이다. 란나 왕조를 창시한 멩라이 왕이 1262년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로 수도를 옮기며 붙인 이름이다. 성벽과 해자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고대 도시로 불교국가답게 사원들이 가득하다. 지금은 태국의 일부분에 편입되었지만, 1558년까지 엄연히 독립된 나라를 이루며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발전시켰다. 


치앙마이 올드 타운의 이정표, 빠뚜 타패


치앙마이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울려 있다는 것이다. 방콕 다음으로 큰 태국 제 2의 도시지만, 도심을 살짝만 벗어나면 시골스러움이 그대로 남아있다. 편의에 따라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도시는 구시가와 신시가로 확연히 구분된다. 치앙마이 옛 모습을 간직한 구시가는 해자를 건너 성문을 통해 드나들어야 한다. 구시가로 통하는 대표적인 문은 '빠뚜 타패 Thaphae Gate'다. 성문을 통과해 구시가로 들어서면 600년 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빠뚜 타패 주변은 저렴한 숙소가 많아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다. 조용한 구시가 골목에 위치한 숙소들은 호사스러움 대신 가정집 분위기를 풍긴다. 어렵게 정한 게스트하우스는 넓은 야외 정원이 마음에 들었다. 방콕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겨울의 따스한 햇살이 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서야 먼 길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치앙마이 주변의 산에서 직접 재배한 커피 원두라 더 없이 신선하다.



구시가에 머문다면 치앙마이 사원들을 여행하기 편리하다. 사원의 도시답게 300여개의 사원이 산재한 치앙마이는 구시가에만 30여 개의 사원이 밀집해 있다. 방콕의 사원에 비해 화려한 치장을 덜어낸 담백함과 나지막한 지붕선이 아름답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 사원들이 자리해 생동감도 넘쳤다. 어디서건 골목 하나를 돌면 사원이 나왔고, 입장료도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사원들 들락거릴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빠뚜 타패에서 이어지는 길은 타논 랏차담넌이다. 1㎞ 정도에 불과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왓 쩨디 루앙 Wat Chedi Luang과 왓 프라씽 Wat Phra Sing 같은 치앙마이의 대표 사원이 나온다. 왓 쩨디 루앙은 탑을 의미하는 ‘쩨디’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표적인 란나 양식의 탑을 간직한 사원이다. 90m 높이로 1441년에 건설됐으나 지진과 버마(미얀마)의 공격으로 파손돼 현재는 60m만 남아있다. 또한 방콕의 왕궁에 안치된 에메랄드 불상을 모셨던 법전도 있어서, 태국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왓 프라씽은 사자 불상인 프라씽을 모시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사원 입구를 지키는 사자 모양의 '씽 Sing'의 호위를 받으며 사원에 들어가면 전형적인 3단 겹 지붕의 란나 양식 대법전이 나온다. 태양을 받으면 반짝이는 처마지붕 선이 온화하다. 특히 뱀 모양의 나가 장식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치앙마이는 한마디로 사원의 도시다. 공짜라 어디건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다.


사원도 사원이지만 치앙마이에 왔으니 북부 음식에 탐닉해야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가장 유명하다는 아룬라이 레스토랑 Aroon Rai Restaurant으로 향했다. 식당은 유명세에 비해 너무 허름하다. 분위기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인 모양이다. 주인장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식당에는 대표음식들이 미리 요리되어 진열장에 가득했다. 보기에도 카레 종류 음식이 많았다. 주인장쯤으로 보이는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음식을 선택했다. 대표 북부 음식인 '깽항레‘는 부드러운 카레 맛이 입맛을 자극했고, 자극적이지 않고 매콤한 ‘넴’은 소시지라기보다 순대처럼 느껴졌다. 혼자먹지 조금 많다 싶었지만 코코넛 카레로 국물을 낸 쌀국수 ‘카우 쏘이’도 빼 놓을 수 없었다.


거리는 시장이 되고, 사원은 식당으로 변했다.


평상시에 조용하던 타논 랏차담넌은 일요일 저녁이 되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동네 주민들의 장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선데이 마켓 Sunday Market이라 불리는 일요일의 야시장은 매주 열리는 치앙마이 시민들의 축제다. 손수 만든 물건을 내 놓아 바자회 같기도 했고,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 집안의 대소사를 논하는 반상회 같기도 했다. 특유의 색과 디자인으로 유명한 고산족들이 만든 물건도 많아 기념품을 장만하기도 좋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대상인 상업적인 나이트 바자에 비자면 한없이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를 사지는 않았지만 노점이 쭉 들어선 길을 걸으며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치앙마이의 매력은 충분히 전해져 왔다. 사원 마당에 마련된 간이식당에 앉아 야식을 먹고 있으니 마치 치앙마이 주민이라도 된 느낌이 들었다.

오토바이를 빌려 해발 1,610m에 위치한 도이 쑤텝 Doi Suthep과 온천으로 유명한 룽아룬 Roong Aroon, 종이우산 마을 버쌍 Bo Sang 등 치앙마이 주변을 다녀오니 며칠이 훌쩍 흘렀다. 겨울의 초입(?)으로 향하는 영상 20도의 쌀쌀한 날씨를 대하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옷 차람이 부쩍 두꺼워져 있다. 하지만 연등 축제인 러이 끄라통을 준비하느라 온 동네는 분주하기만 하다. 시기적으로 보면 늦가을의 대보름이니 한국의 추석과 비슷하지만, 직접 만든 연꽃 모양의 끄라통을 강물에 띄워 소망을 비는 것이니 그 의미는 다르다.


헛된 욕망이 강물을 따라 모두 흘러 내려가길....


축제가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은 치앙마이라고해서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치앙마이의 주말을 즐기기 위해 서울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 삥 강변으로 향했다. 종이 랜턴으로 만든 거대한 나무가 '빠뚜 타패‘ 앞에 세워졌고, 강변에는 끄라통을 들고 나와 소망을 비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관광객인 우리들은 사진 몇 장만 찍고 투어리스트들을 위한 장소를 탐방할 예정이었으나 쉽사리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근사한 칸똑 쇼 대신 강변에 깔린 돗자리에 앉았다. 넘쳐나는 인파로 인해 태국인들과 어깨를 맞댈 정도로 자리는 비좁았다. 음식이라고 해봐야 노점에서 파는 닭 꼬치와 쏨땀(파타야 샐러드)이 전부였지만, 캔 맥주를 곁들이니 훌륭한 정찬이 됐다.


과거의 의상을 재현한 거리 페러이드

쉽게 숙소로 돌아오지 못하고 흥에 겨워 거리를 거닐다 가두 행렬과 마주쳤다. 마을과 학교마다 팀을 이루어 치장을 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한 무리들이다. 저마다 꽃단장을 하고 전통춤을 추며 거리를 지난다. 란나 양식의 전통복장과 북부 고산족들의 전통복장을 차려입고 멋과 아름다움을 뽐냈다. 선데이 마켓에서 흔하게 보이던 옷과 스카프를 직접 착용한 북부 여인들의 맵시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을 대표 미인들을 태운 연꽃마차 행렬을 끝으로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다. 하지만 치앙마이의 깊어가는 가을밤은 불꽃이 하늘을 향해 하염없이 피어올랐다. 낮의 끄라통을 대신해 밤에는 ‘꼼로이’를 띄운다. 마치 불 풍선처럼 저마다 소원을 담은 열기구 모양의 꼼로이가 하늘로 끝없이 이어졌다. 아이들보다 불놀이를 즐기는 어른들이 더 신나있었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불 풍선은 은하수 흘러가듯 치앙마이 밤하늘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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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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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