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에 머물다. 1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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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을을 거닐다.



한가히 책을 보다 오후가 돼서 마을로 나섰다.

‘반 남후’에서 빠이 중심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렸다.

내리막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산책 삼아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돌아 갈 때는 친구에게 전화하면 마을로 나와 나를 픽업해 가곤했다.



직업적인 습관 때문에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새로 생긴 곳이 있나, 어디에 손님이 많은가를 확인해 주어야 했다.

가볍게 보강 취재를 끝내고 단골 카페로 향했다.

어제 빠이에 도착하며 인사를 나눴던 ‘올 어바웃 커피’

단아한 목조 건물로 실내는 갤러리로 꾸몄다.

방콕에서 올라온 광고쟁이 부부가 운영하는데,

북부 산악지대에서 재배한 원두를 이용해 신선한 커피를 뽑아 주는 곳.

빠이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포근함에 반해 단골집이 되어 주었다.






“얼마 만에 온 거지?”

“1년 만이네요”

“그 동안 뭐했어?”

“일 했죠!”

“얼마나 있다가 갈 거야?”

“특별히 정해 놓지 않았어요.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지난번에 갖다 준 김치 맛있게 잘 먹었어.”






“내일 김치 담글 건데. 또 갖다 줄게요.”

“지난 번 김치 조금 짰던 거 알지?”

“태국 소금이 생각보다 짜던 걸요. 이번에는 오이김치를 담가 볼까 해요.”

“오이로도 김치를 만들어?”

“그럼요. 질감이 좋아요. 땀땡(오이와 생선 소스, 고추를 버무려 만든 태국 샐러드)과 맛이 비슷해요.”





도로 쪽의 목조 의자에 앉아 틈틈이 바쁜 주인장과 대화를 이어갔다.

외국인 여행자와 태국인 카페 주인장이 나누는 대화치고는 참으로 엉뚱한 대화 같지만,

소소한 일상들이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쌓여있기도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호감이 첫 만남을 주도한다면,

친밀도는 마음을 통해 오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에서 오기 마련이다.


신문을 쭉 훑어보고,

커피 한 잔을 정성스레 비운 다음 계산서를 부탁했다.

친밀도를 강조하기 위해 종업원을 통하지 않고,

카운터로 직접 가서 주인장에게 계산서를 부탁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주인장의 이름을 모르고, 주인장도 내 이름을 모른다.

서로 이름을 물어본 적도 없었던 같다.

그런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생긴 걸 보면,

카페 여주인장과도 여러 차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나 보다.






“오랜만에 왔으니까 오늘은 공짜로 해요.

웰컴 드링크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

반가운 손님이 집에 찾아왔는데 돈을 받을 수는 없지.

단, 이번 한 번만 공짜야!”



두 번째도 공짜라고 했더라면 부득부득 우겨서라도 커피 값을 냈을 것이다.

계속해서 공짜로 커피를 마시라고 한다면 분명 부담스러워 발길을 줄일게 분명했으니까.

“알겠어요. 그 마음 감사히 받을게요. 대신 내일 김치 담그면 갖다 줄게요.”


호의에 대한 인사를 건넸지만,

카페 주인장도 내가 커피 값 대신으로 김치를 배달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베푸는 호의를 단순히 호의로 받아드릴 것을 잘 알기에.


 


*저작권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없이 무단 전제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글/사진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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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

1. 다들 돌아오네!



 

언제부턴가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빼 놓으면 안 되는 여행자가 된 곳이 빠이다.

자연이 아름다운 산골 마을에는 포근한 사람들이 어울러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특별히 볼거리가 있다거나 할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힘겨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을 맞이해주는 어머니의 품처럼,

변하지 않는 자연은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을 위로해 준다.

 


빠이에 1년 만에 돌아왔다.

아무 것도 안하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예정에도 없는 빠이 여행이 불쑥 튀어 나왔다.

지친 마음을 쉬어가게 해 주는 풍경만 있었다면,

빠이가 그리 애절할 이유도 없지만,

그 곳에는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편해지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에서 버스로 3시간.

산길을 돌고 돌아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전화를 한다.

“나 빠이에 도착했어. 데리러 나와”

친구가 말한다.

“버스 터미널 말고, 한 블록 위쪽 사거리에 기다려”



현지 지리에 능숙한 외국인인 나를 위해

친구는 장황하게 약속장소를 설명하지 않았다.

사거리까지 걸어가는 동안 단골집이 하나 보였다.

올 어바웃 커피. All About Coffee.

슬쩍 인사를 건넨다.

“나 왔어요. 짐 풀고 커피 마시러 올게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나를 반기던 태국인 주인장은

“다들 돌아오네요. 때가 됐나보네”라며

나 같은 장기 여행자들이 먼 길을 돌아

다시 빠이로 돌아오고 있음을 알렸다.



2. 여기서 지내라.





빠이 마을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진 '반 남후'에 짐을 푼다.

특별한 연결고리도 없이 오다가 알게 된 태국 친구들.

만남과 헤어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됐다.






떨어져 있을 때는 연락도 안하고 살지만,

때가 되면 다시 올 거라는 걸 서로 알기에

상투적인 안부를 묻거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사치레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방콕에서 올라온 그들은 멋진 방갈로를 운영하고 있다.

정성스레 가꾼 정원하며, 손수 만든 침구와 커튼으로 꾸민 방갈로에는

세심한 배려가 가득 배어있다.








“이 방을 써라”

스웨덴 노부부가 겨울이면 와서 생활하는 방 한 채를 내 준다.

네 기둥 침대에 모기장이 연결되어 있고,

냉장고와 옷장이 가지런하며,

베란다에 의자와 테이블도 깔끔하다.

방 값이 얼마냐고 묻지 않았다.

아니, 물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아니라

오랜만에 돌아온 친구에게

사랑방 한 채를 내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배낭에 들어있던 짐들을 해체한 후에

야외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저녁때까지 수다는 이어졌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이야기치고는 많지 않았다.

그간 서로는 모진 삶을 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모처럼 찾아온 친구를 위해 저녁은 태국 친구들이 준비했다.

특별히 뭔가를 요리하지 않아도

그들이 먹던 음식에 밥 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를 보태면

더 없이 좋은 저녁이 됐다.

“내일은 내가 김치를 요리하마.”

저녁에 대한 답례로 김치는 더 없이 훌륭했다.

한국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태국 친구들.

빠이에 머무는 동안 김치를 만드는 행위는 나만의 즐거움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작권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없이 무단 전제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글/사진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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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


1.

태국 북부의 작은 마을인 빠이 Pai를 가기 위해서는 방콕의 북부터미널로 가야했다.

방콕의 교통체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택시를 탄 게 화근이다.

 귀찮더라도 몇 번의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방콕 시내를 먼저 벗어났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운 이유는 무거운 배낭 탓이라고 돌리자.

택시는 큰길로 접어들자마자 멈추어 섰다.

집을 나선 시간이 우연하게도 퇴근시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한 번 받는데 10분씩 흘렀다.

우회전을 한번 하고 다시 택시는 멈추었다.

택시 기사도 막히지 않을 것 같은 길들을 골라 들어갔지만,

방콕 시내를 벗어나려면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교통 체증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조급해 하는 내가 걱정되는지 택시 기사가 묻는다.

“버스 출발 시간이 언제에요?”

택시에 올라타면서부터 팔짱을 낀 채로 잔뜩 찌푸린 표정을 택시 기사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예약하지 않았으니 상관없어요. 마음 쓰지 마세요.”

그러나 마음 쓰지 말라는 태연스런 말투에도 불구하고,

차가 막히는 방콕을 대하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망할 놈의 방콕. 내가 이런 곳을 좋아하다니’라고 속으로 되 내이면서,

1분이라도 빨리 방콕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마음속으로 ‘굳이 오늘 떠나야하는가’라는 후회를 반복하는 동안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친절하게도 이동한 거리를 알려주고 있었다.

북부터미널까지 10㎞를 가는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2.

빠이는 워낙 외진 산속의 작은 마을이라 방콕에서 직행하는 버스가 없었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685킬로 떨어진 치앙마이에서 버스를 갈아타야했다.

야간 버스로 10시간을 달려 치앙마이에 도착하니, 태국답지 않은 선선한 공기가 몸에 전해져 왔다.

영상 20도를 조금 밑도는 기온이지만 태국 사람들에게는 겨울인가보다.

현지인들의 옷차림이 제법 두텁다.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빨간색 로컬 버스는 아침 7시에 첫 차가 출발했다.

앙증맞게 생긴 로컬 버스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럽인 여행자들은 물론 산악 민족까지 선풍기만 돌아가는 허름한 버스는 사뭇 국제적이다.

로컬 버스는 정해진 정류장이 없이 중간 중간 사람들을 내리고 태웠다.

장바구니를 들고 타는 사람들까지 시골스런 정겨움이 버스 안에 가득했다.







버스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갔다.

야간버스를 탄 탓에 졸음도 밀려왔지만 산과 계곡을 감아 도는 안개와 구름은 피곤함을 잊게 해 주었다.

인구 3천명이 산다는 작은 산골 마을 빠이에 도착하니 북적대지 않는 풍경에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빠이에 가면 즐겨 묵던 반남후 방갈로 Ban Namhoo Bungalows에 빈 방이 없다고 했다.

겨울 성수기라 유명한 숙소는 빈 방이 없는 모양이다.

마을이라고 봐야 큰 길 5개가 전부이니 방을 구하러 헤맬 것 같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방을 보러 갔던 집은 간판도 없었다.

배낭을 메고 기웃거리던 나를 발견한 주인장 아줌마가 ‘방이 필요하냐?’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방 값은 하루에 300밧이라고 했다. 일단 요금은 적당했다.

“넓은 방을 줄 테니 혼자 쓰고 싶으면 혼자 써도 된다."





호객꾼에 속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구지 못하고 안내를 따랐다.

별채로 분리되어 있는 방은 예상과 달리 넓었다.

침실에는 더블 침대가 한 개, 거실에는 싱글 침대가 한 개가 놓여 있었고,

거실에서 연결되는 사랑방에는 텐트까지 설치해 두고 있었다.

주인장 말로는 친구가 있으면 5명까지 자도 된다고 했지만,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잔다면 실제로 수용 가능한 인원은 훨씬 늘어날 것 같았다.

일반 숙박업소라기보다는 가정집의 남는 방을 임시적으로 대여해주는 듯 했다.

강변 풍경이나 멋들어진 정원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홈스테이처럼 아늑했다.

방을 보고 나오는 짧은 순간 동안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거봐라. 행복해하지 않느냐? 혼자 자더라도 300밧을 받을 테니 마음에 들면 있어라.”

주인장 아줌마가 내가 묵을 거라는 눈치 챈 모양이다.

방도 좋았고 방값도 쌌기에 ‘이거 혼자 자긴 너무 아깝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 요금으로 방을 주는 거다. 다른 어디에서도 이런 방을 얻을 수 없다.”

다시금 주인장이 저렴한 요금임을 강조했다.

200밧으로 흥정을 붙여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크게 트집 잡지 않고 OK 사인을 보냈다.

열쇠와 함께 방을 손님에게 넘기고 주인장 아줌마는 입구에 있던 작은 상점으로 돌아갔다.

 

“방 값이 얼마가 됐던 네가 행복하면 됐다. 푹 자고 나와라”

빠이에서의 첫 날은 그렇게 작은 행복을 만났다.



 

3.

치앙마이 북쪽의 매홍쏜 주(州)에 속해 있는 빠이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행복한 여행자 마을’이다.

작은 산골 마을은 유유히 강이 흐른다.

강변에는 자연친화적인 방갈로들이 가득하다.

마을을 감싼 논밭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 정겹다.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운 분위기는 입소문을 타고 여행자들을 불러들였다.

아시아를 여행하던 히피 여행자들과 방콕에서 탈출한 태국인 아티스트들까지 합류하면서

한적한 자연에 예술적인 정취가 더해져 특별함으로 변모했다.






하루 사이에 소음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빠이에 도착해서는 서두르지 않기도 했다.

특별히 바빠야 할 이유도 없었다.

마을이 작아서 반나절 만에 길들이 익숙해졌다.

빠이에 머무는 동안 하루 일과는 크게 세 가지 시간으로 구분됐다.

한가히 아침을 먹고, 나른한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선선한 저녁이 되면 마을을 거니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빈둥거리기였고,

좋게 이야기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빠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특별함은 신문을 사러 가는 ‘행위’였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간신문은 오후 3시가 돼야 도착했다.

덕분에 오후 3시가 되기기를 손꼽아 기다려 신문을 사러 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빠이에서는 시간조차도 느리게 움직였지만,

슬로 라이프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종이 신문을 받아들면 단골 카페로 향했다.

 빠이 첫 번째 여행 때부터 단골집이 되어주던 올 어바웃 커피 All About Coffee.

정겹게 맞이해주는 주인장 때문에 친구 집을 방문한 것처럼 포근함이 가득했다.

태국 북부에서 재배한 커피 원두를 사용해 신선한 커피를 뽑아내줬다.

나지막이 내려앉은 목조 건물은 마을 풍경과 잘 어울렸다.

실내는 태국 예술가들의 그림을 전시한 갤러리로 꾸며 아담한 카페가 더욱 예쁘게 느껴졌다.

근사한 카페를 발견해 내는 일,

마음씨 착한 사람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일은

여행이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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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하루가 알차게 간다.

어제는 지인들이 찾아왔다.
맥주와 술 안주를 한가득 들고 왔다.






그렇게 오후 늦게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여기가 태국 북쪽의 시골 마을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풍족한 음식들로 넘쳐났다.

한국에서 건네졌다는 과매기, 그를 위한 김과 미역, 마늘과 파,
그리고 집에서 담궜다는 고추장.
안주가 부족하다 싶어 소금에 절여놨던 고등어를 구우니 뚝딱 고갈비가 됐고,
저녁을 겸해 호박과 두부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이니,
밥을 먹지 않고도 근사한 한끼가 됐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부억을 들락거리던 40이 넘은 남정네들은,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 냈고,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풍족한 저녁과 술자리를 마련했더란다.





여기 사는 사람들, 뭐 이런 삶이 너무도 특별할게 없는데.
아, 이런 풍요함은 누릴 수 있는 건 큰 축복이구나 싶었다.




2.

빠이에 요 며칠 비가 왔었다.
태국에도 이상 기온인 모양이다.
방콕은 18도라고 했다.




3월이면 건기의 절정이고, 35도를 넘는 강렬한 태양이 쉼없이 내리쬐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잔뜩 흐린 하늘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3일 연속해서 비가 내렸다.
산악지역이라 비가 오면 온도가 급격이 떨어지는데,
치앙마이 온도가 12도라 했으니, 여기는 10도 아래로 떨어졌을 확율이 높다.
어디도 가지 않고, 추워서 문을 꽁꽁 닫고 방 안에서 양말 신고 며칠을 지냈다.

날이 추우니, 마음도 불편하더라.
그래서 해가나자마자 카메라를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적당히 걸려 있어 사진 찍기 좋다 싶은 날씨다.






빠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왓 매옌이라는 사원을 간다.
계단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단박에 올랐다.
산과 구름에 둘러 싸인 빠이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리고, 그 푸른 하늘에서 연상되는 상쾌함은 하루 종일
내 주변에 가득했다.







그런 기분 좋은 날,
지인들이 찾아와,
적당히 저녁시간까지 술 잔을 기울여 줬다.

밤 10시 쯤,
이제 자야하는 시간이 다 된 것 같다며,
일찍 자리를 파해주는 사람들.

그날도 별로 하는 것 없이
하루가 알차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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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트래블레인


오랜만에 '빠이 Pai'에 왔습니다.
익히 들어서 어떻게 변했는지 잘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대한 빠이의 첫인상은 '변심한 애인'을 대하는 듯 했습니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는 가벼운 화장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빠이는 마치 아름다움을 과한 화장으로 망쳐 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10여년 넘는 세월 루앙프라방을 드나들며 느꼈던 감정이
'이젠 다 커 버렸구나'하는 아쉬움을 동반한 안도감이었다면,
빠이를 대하는 내 느낌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변심한 애인을 붙잡고 변하지 말기를 바라는 애절함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빠이에 일주일정도 머물 예정입니다.
그래서 첫날은 설렁설렁 나녔습니다.
사진 속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여전한 빠이가 보입니다.'

태국 친구가 운영하는 방갈로를 방문해,
그들이 먹고 남겨둔 저녁을 거하게 얻어 먹고 왔습니다.
사실 밥한끼 팔아주려 간거였는데, 오랜만이라는 핑계로 그들이 내게 저녁을 쐈네요.
저녁 먹고 센딩 서비스까지 해주는 녀석들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런 애인 하나 있으면 좋겠다."
"3~4년 아무 연락 안하다가도, 문뜩 찾아오면 아무일 없었다는 반겨주는 한결 같은 사람" 말입니다.

애인이든, 아름다운 곳이든,
나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들은
변하지 말라고 붙잡아두는 것이 그만큼 힘든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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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Posted by 트래블레인

변심한 애인을 대하는 것다며 섭섭해했던 '빠이'에 관한 기억 더하기.




1. 계획보다 오래 머물다.
일주일 예상을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지인 한분이 빠이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데, 며칠 함께 했다.
빠이 타운에서 5킬로 떨어진 딴쩻똔이란 마을이었다.
사원 하나, 쌀국수집 하나, 상점 하나가 전부인 마을이다.
아침에 가끔씩 쌀국수를 먹으로 5분정도 길을 걷기도 했으나,
부엌이 딸린 집인탓에 간단한 요리로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카놈찐(중국식 쌀국수 면발)을 사다가 계란말이, 김치, 오이를 썰어서
국수 위에 얹으면 김치비빔국수 비스무리한 맛을 냈다.
퓨전음식이던 '카놈찐 김치'는 매일 점심이 되 주었다.


2. 친구들을 만나다.
많은 사람들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 때문에 들락거리면서 알게된 사람들이 있다.
인사차 들리는 단골집도  있다.

빠이에 간다는 연락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찾았다.
(방갈로를 운영하는 녀석들인데 짐은 다른데 풀었고, 인사차 들렸다.)

-어. 찰리 온다.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속닥거리는 소리가 내게도 들렸다.
그들을 다시 만난지 4년쯤 된 것 같다.
치앙마이에서 가끔 전화를 하긴 했지만, 얼굴을 본지는 한참됐다.

저녁이라도 팔아주려고 간거였는데, 밥 먹었냐고 묻더니, 저녁을 내온다.
자기들이 먹고 남은 음식이라며, 한상을 차려 온다.



베푸는 호의는 고맙게 받아주어야했다.

다음날 김치를 담근다고 하기에, 내가 만들어줄께, 하면서 빠이 라이프가 시작됐다.
취재 차 간거여서 할 일이 있긴 했는데, 취재는 이틀 정도면 될거여서, 그리 바쁠 이유가 없었다.

얼떨결에 김치 이야기가 나와서 이번 빠이 여행에서는 김치를 담궜다.


3. 단골집을 방문하다.
올 어바웃 커피. 빠이에 가면 당연히 들리게 되는 곳이다.
주인장이 이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잊고 있을줄 알았건만, 그래도 기억해 주니 고맙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뭔 이야기 하다가 김치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 아침에 김치 담궜으니, 한 포기 갔다 줄께요.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치 맛이 어땧어요?
-굵은 소금이 몇 개 나오던걸?

김치 만들어본지도 오래도, 시간도 급해서 대충대충 만들었더니,
아줌마의 입맛은 정확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남은 김치는 오늘 저녁에 김치 볶음밥 해먹을려구요.
그러면서 15년 전에 자기가 김치 만들어먹던 추억을 되내이게 해줘서 고맙단다.
(태국 아줌마는 15년 전에 무슨 인연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을까 살짝 궁금해졌다.)


4. 자전거를 타다.
낡이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달렸다.
빠이 주변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문구대로 '빠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다.





굳이 바쁠 이유가 없는 곳이 빠이다.
흐드러진 자연을 보면서 휴식해주면 된다.
종종 심심하거든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빌려 동네 구경 다니면 된다.


주의!
경사진 길이 많아서 자전거는 기본적인 체력을 요합니다.


5. 사진이나 보시죠!
변심한 여인처럼 변하긴 했으나, 빠이는 아직까지 분명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단, 연말 연휴에 찾아가지 않는다면 말이죠.
연말 연시에는 주유소에 기름이 동날 정도로
방콕과 치앙마이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흐드러진 자연에 한적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죠.
더군다나 쌀쌀한 겨울날씨를 즐기기 위해 방한 장비를 착용한 태국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곳입니다.

장기 여행자들, 히피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Pai Culture는
오히려 자국민들에게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소소한 이야기 읽어주느나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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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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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곳에 있으니 자연스레 일찍자고 일찍일어나게 된다.
보통 아침 7시 이전에 눈을 떠서-그냥 떠진다-
커피와 토스트를 아침을 먹고 책을 보면서 아침시간을 보내는 편.

계속 비가 와서 아침 산책은 매번 캔슬이 됐다.

오늘은 모처럼 아침에 비가 개였고,
화사한 햇살이 테라스와 창문을 통해 밀려온다.

친구녀석들도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아침은 모여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각자의 일들을 한다. 부지런한 녀석들.

비수기라 방갈로에 손님이 거의 없는데도,
그들은 손놀림은 참으로 정겹다.
마치 애완 동물을 다루듯 방갈로와 정원을 다듬고 가꾼다.
(참고로 이 집에는 고양이 8마리가 있다.)

오늘 아침, 나는 해야할 일들이 좀 있어서
일찍부터 노트북을 켰다.
한 친구는 그 시간 재봉틀을 갔다 놓고 침대에 쓸 커튼들 새로 만들고 있고,
한 친구는 빨래 바구니에서 세탁기에 돌린 옷들을 가지런이 널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오전 시간이 한 참 진행됐을법도 하련만,
-곧 점심시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 그런 정도의 시간말이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8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너무 길지 않냐고?
글쎄다. 그리 긴지 모르고 시간이 잘 가고 있다.

아침 먹으며 친구에서 농을 건넨다.
-Good Life? 참 좋은 삶이야!

그랬더만 녀석도 거침없이 받아친다.
-Boring!. 그러게 다소 따분한걸.

즐거운 인생은 굳이 흥겨워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만큼 차분한 시간들과 사람들이 곁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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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Pai'를 배경으로 한 책이 나오다니,
이 동네가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1년만에 빠이를 다시 찾았다.

특별히 바쁘게 나다닐 건 아니고,
마을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머물며
태국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 일찍 잠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고,
평상에 누워 책 보고, 더러 인터넷하고,
저녁때 영화 한 편 보는 아주 단순한 일과다.
(참으로 고요하고 평화롭다.)




아침이면 운동 삼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후가 되면 마을에 생기는 '장'에 나가서 음식 재료를 사온다.

워낙 요리사들인 친구들이 대부분의 음식을 준비하고
나는 덤으로 김치를 담근다.
지난번 빠이 여행 때 김치를 담궈달래서
아주 엉망으로 김치를 담궈졌더니,
이젠 자연스레 김치 담그는게 빠이의 일상이 되 버렸다.




이번에는 오이 김치를 함께 담궜는데
(처음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무척 좋다.

단골집인 'All About Coffee'에 김치를 전해주러
오후에는 마을에 나들이를 해야겠다.
간 김에 장에 들려 찬거리를 좀 더 사와야지.

이 곳에는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쯤 머물듯하다.

혹여, 빠이에 계신분이 이글 보시면
저녁에 밥 먹으러 오세요.

여기는 '반 남후 방갈로'입니다.
왓 남후 Wat Nam Hoo 바로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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